어제 아마존과 퀄컴이 손을 잡았습니다. 아마존이 쓰는 데이터센터에 들어갈 AI 칩을 두 회사가 함께 만들기로 한 것입니다.

퀄컴은 휴대폰에 들어가는 칩을 만드는 회사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여러분 주머니 속 휴대폰에 이 회사 칩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회사가 데이터센터로 진입해 들어갑니다.

두 회사의 거래 규모는 최대 6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80조 원입니다. 그런데 더 눈에 띄는 것은 값을 치르는 방식입니다. 아마존은 지불하는 대가로 퀄컴 주식을 받기로 했습니다.

공부와 시험

먼저 이 협력이 무엇을 겨냥하는지부터 보겠습니다. 두 회사가 밝힌 첫 목표는 추론입니다.

AI는 크게 두 단계를 거칩니다. 사람으로 치면 공부와 시험입니다.

그림 1

그림 1. AI 하나를 만들어 쓰는 데 드는 일

공부에 해당하는 것이 학습입니다. 엄청난 양의 글과 사진을 읽히면서 AI를 만드는 과정이고, 몇 달에 걸쳐 한 번 합니다. 지금까지 AI 칩 이야기는 대부분 이쪽이었습니다. 그래픽카드 몇 만 장을 모아 몇 달을 돌린다는 이야기입니다.

시험에 해당하는 것이 추론입니다. 다 만들어진 AI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을 받는 일입니다. 즉 우리가 AI에게 무언가를 물어볼 때마다 답변을 받는 일입니다.

공부는 한 번이지만 시험은 쓰는 사람 수만큼, 질문 수만큼 매번 치릅니다. 그래서 AI를 쓰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시험 쪽 일감이 공부 쪽을 넘어섭니다. 지금이 그 넘어가는 지점입니다.

그리고 두 단계는 요구하는 것이 다릅니다. 공부는 한 번에 얼마나 쎄게 계산하느냐가 중요하고, 시험은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도는 일이라 전기를 얼마나 적게 쓰느냐가 중요합니다.

퀄컴이 잘하는 것이 바로 후자입니다. 휴대폰은 손바닥만 한 배터리로 하루를 버텨야 하니 퀄컴의 전기를 아끼는 설계 기술을 데이터센터로 가져가겠다는 것이 이번 협력의 목적입니다.

아마존은 왜 직접 만들려고 할까

지금 AI 칩 시장은 엔비디아가 거의 다 가지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를 지으려면 엔비디아에 기대야 하고 값도 엔비디아가 정합니다.

아마존은 세계에서 가장 큰 클라우드 회사입니다. 해마다 AI 설비에 쏟는 돈이 수십조 원 단위입니다. 그리고 그 돈의 상당 부분이 엔비디아 한 회사로 들어갑니다. 칩을 살 곳이 사실상 한 곳뿐이니 값을 깎을 여지도, 언제 받을지 정할 여지도 크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마존은 자기가 쓸 칩을 자기가 설계하는 쪽으로 움직여 왔습니다. 이번 퀄컴과의 협력도 그 연장선입니다. 엔비디아를 대체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엔비디아 말고도 구매처를 하나 더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사실 아마존은 몇 해 전부터 자기가 쓸 AI 칩을 직접 설계해 왔습니다. 다만 설계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칩 하나를 제대로 만들려면 설계도 있어야 하지만, 그 설계를 실제 칩으로 바꾸는 기술도 있어야 하고, 그 칩을 쓸 프로그램도 있어야 합니다. 퀄컴은 이 세 가지를 오래 해 온 회사입니다.

칩을 구매할 곳이 둘이 되면 값을 깎을 힘이 생깁니다. 한 곳에서 공급이 늦어지면 다른 곳에서 받으면 됩니다. 부품을 많이 쓰는 회사라면 어디나 하는 일이고, 아마존은 AI 칩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두 회사는 칩만이 아니라 데이터센터 안에서 자료를 주고받는 통신 기술도 함께 만듭니다. 빛으로 신호를 보내는 방식이고, 1초에 1.6테라비트를 나르는 수준을 목표로 합니다.

돈 대신 주식

이번 발표에서 가장 특이한 점은 계약 조건입니다.

그림 2

그림 2. 아마존과 퀄컴이 맺은 약속

아마존은 2036년 9월까지 퀄컴의 칩과 통신 장비, 생산 서비스에 최대 600억 달러를 쓰기로 했습니다. 그 대가로 퀄컴은 아마존에게 퀄컴 주식 최대 2,500만 주를 정해 둔 값에 살 수 있는 권리를 줍니다.

주식을 살 권리라는 것이 무엇인지 잠깐 보겠습니다. 지금 주가가 얼마든 상관없이, 미리 정해 둔 값에 살 수 있게 해 주는 약속입니다. 나중에 주가가 그 값보다 오르면 차액만큼 이득이고, 오르지 않으면 그냥 안 사면 됩니다. 손해 볼 일은 없고 이득만 남을 수 있는 조건입니다.

여기에 또 하나의 조건이 붙습니다. 600억 달러를 실제로 다 써야 이 권리가 온전히 생깁니다. 조금 쓰면 조금만 생기고, 안 쓰면 안 생깁니다.

이 구조가 무엇을 뜻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아마존은 퀄컴 칩을 많이 살수록 퀄컴 주식을 싸게 살 권리를 얻습니다. 퀄컴이 잘되면 아마존도 이득을 봅니다. 즉 아마존은 부품을 사는 손님이면서 동시에 그 회사의 주주가 될 수 있는 자리에 섭니다.

구매자는 한 푼이라도 싸게 사고 싶어 하고, 주주는 그 물건이 비싸게 팔리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이 계약은 두 자리를 한 회사가 갖게 만듭니다.

그래서 아마존에게는 계산이 달라집니다. 값을 심하게 깎아서 퀄컴이 휘청이면 자기가 가진 권리의 값도 떨어집니다. 반대로 퀄컴 칩이 다른 회사에도 잘 팔리면 자기 몫이 커집니다. 사고파는 사이를 넘어 같이 잘돼야 하는 사이가 되는 것입니다.

퀄컴 쪽 계산도 보겠습니다. 십 년치 주문을 미리 받아 두었으니 공장을 늘리고 사람을 뽑는 데 돈을 넣을 수 있습니다. 물건이 팔릴지 모르는 상태에서 먼저 짓는 것과, 살 사람이 정해진 상태에서 짓는 것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아마존이 이 방식을 처음 쓴 것도 아닙니다. 올해 2월에는 유럽의 반도체 회사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 계약하면서 그 회사 주식 약 2,480만 주를 살 권리를 받았습니다. 반년 사이에 같은 방식을 두 번 썼습니다.

여기서 드러나는 사실은 AI 칩을 만드는 일에는 돈이 워낙 많이 들어서, 만드는 회사 혼자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사겠다는 약속을 미리 받고 시작합니다. 주식은 그 약속을 붙들어 두는 장치입니다.

퀄컴 주가는 발표 당일 10% 올랐습니다.

한국은 어디에 있을까

퀄컴이 추론용 칩을 만들려면 HBM이 있어야 합니다. AI 칩 옆에 붙이는 특수한 메모리인데, 왜 필요한지부터 보겠습니다.

AI는 배운 것을 숫자로 저장해 둡니다. 답을 낼 때는 그 숫자를 꺼내 봐야 하는데, 양이 워낙 많아서 계산하는 속도보다 꺼내 오는 속도가 더 문제가 됩니다. 칩은 계산할 준비가 됐는데 자료가 아직 안 와서 기다리는 상황이 생기는 것입니다.

HBM은 그 기다림을 줄이려고 만든 메모리입니다. 보통 D램은 계산하는 칩과 좀 떨어진 자리에 꽂히는데, HBM은 D램을 여러 장 위로 쌓아 계산하는 칩 바로 옆에 붙입니다. 거리가 짧아지고 오가는 통로가 넓어지니, 같은 시간에 훨씬 많은 자료가 이동합니다.

이 HBM을 만들 수 있는 회사는 세계에 셋뿐이고, 그중 둘이 한국 회사입니다.

그런데 퀄컴은 HBM 말고 다른 방식을 들고 나왔습니다. 이름은 HBC입니다. 휴대폰에 들어가는 저전력 D램을 쌓아 연산하는 칩 바로 위에 올리는 구조입니다. 옆이 아니라 위입니다. 거리를 더 줄여서 자료를 더 빨리 주고받자는 것입니다.

그림 3

그림 3. 전기를 같게 두고 비교하면

퀄컴은 같은 전기를 쓸 때 HBM보다 여섯 배를 처리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에서 본 대로 추론은 하루 종일 도는 일이라, 전기당 처리량이 곧 돈입니다.

그럼 이 새 메모리는 누가 만들까요.

HBMHBC
쓰는 D램전용 D램휴대폰용 저전력 D램
쌓는 회사삼성전자 · SK하이닉스삼성전자 · SK하이닉스
퀄컴이 맡는 일—설계와 조립

퀄컴은 설계와 시스템 통합만 맡습니다. D램을 실제로 쌓아 올리는 일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합니다.

재미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퀄컴은 지난 6월 투자자 행사에서 HBC를 발표하면서 HBM의 단점을 공개적으로 지적했습니다. HBM을 만드는 두 한국 회사가 화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 만나 보니 두 회사가 오히려 먼저 협력하자고 했다는 것이 퀄컴 임원의 설명입니다.

지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을 계속 만들면서 HBC도 함께 개발하고 있습니다. 어느 쪽이 이겨도 D램을 쌓는 일은 자기들 몫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짚어 둘 것이 하나 있습니다. 쌓는 회사는 같아도 무엇을 쌓느냐가 다릅니다.

HBM은 AI 전용으로 만든 비싼 D램입니다. 반면 HBC에 들어가는 것은 휴대폰에 쓰는 흔한 D램입니다. 흔한 부품은 대체로 값이 쌉니다. 같은 양을 팔아도 손에 남는 이익이 다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값이 어떻게 매겨질지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쌓고 붙이는 일이 어려우면 그 값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HBM이 지금 두 회사의 이익을 끌어올린 주역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 자리를 무엇이 대신하느냐는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닙니다.

그럼 무엇을 보면 될까

퀄컴이 내년에 내놓겠다고 한 첫 HBC 제품입니다. 이것이 실제로 나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 HBM 말고 팔 물건이 하나 더 생깁니다. 안 나오면 지금 이야기는 발표로 끝납니다.

자, 지금 AI에게 무언가를 물어본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리고 그 질문의 답변이 나에게 오기까지 경로를 상상해 봅시다.

답을 기다리는 그 몇 초 사이에, 바다 건너 어느 데이터센터에서 칩이 돌고 메모리가 자료를 나르고 전기가 소요됩니다. 질문 한 번에 드는 값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한 번이 하루에 수억 번 쌓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아마존이 십 년치 주문을 걸고 퀄컴과 손을 잡은 것도 여기서 설명이 됩니다. 지금 큰 회사들이 다투는 것은 더 똑똑한 AI를 만드는 일만이 아닙니다. 이미 만들어 둔 AI에게 답 하나를 받는 데 드는 비용을 낮추는 일입니다.

한 번에 몇 원이 줄어드는지는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몇 원에 수억을 곱하면 회사의 손익이 달라집니다. 오늘 우리가 무심코 던지는 질문 하나가, 그 수억 번 가운데 한 번입니다.

참고문헌

  • Qualcomm 보도자료 및 관련 보도, 2026.9.8 — AWS와 다세대 맞춤형 반도체 공동 개발. 초기 초점은 AI 추론. 1.6Tbps 광 연결 기술 병행. 아마존에 퀄컴 주식 최대 2,500만 주 매입 권리 부여, 2036년 9월까지 최대 600억 달러 집행 조건. 발표 당일 퀄컴 주가 약 10% 상승
  • 디일렉, 「퀄컴-아마존 AI 데이터센터 협력…80조원 규모」, 2026.9
  • 디일렉, 「퀄컴 "삼성·SK하이닉스 HBC에 적극적…HBM과 병행 개발"」, 2026.8.27 — HBC는 저전력 D램(LPDDR)을 쌓아 연산 칩 위에 배치하는 구조. 동일 전력 기준 HBM 대비 대역폭·토큰 처리량 6배. 퀄컴은 설계·시스템 통합,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D램 적층 담당. 1세대 제품 내년 상용화 예정
  • STMicroelectronics 뉴스룸 및 관련 보도, 2026.2.9 — AWS와 다년·수십억 달러 규모 협력. AWS에 ST 주식 약 2,480만 주 매입 권리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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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 표기: AI7LAYER, 「아마존이 칩값을 주식으로 치르기로 했습니다」, 2026.9.9, ai7lay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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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을 충전하다보면 핸드폰 충전기가 따뜻하고, 오래 쓰면 뜨겁다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 따뜻함은 어디론가 사라진 전기입니다. 콘센트에서 나온 전기가 전부 배터리로 들어가지 않고 일부가 열이 되어 공중으로 빠져나간 것입니다.

집에서는 그냥 넘어갈 일입니다. 불과 몇 와트 정도이니 신경 쓸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AI 데이터센터에서는 이 열이 가장 큰 숙제 가운데 하나가 됐습니다.

AI를 돌리는 데 필요한 것이 그래픽카드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카드를 사 놓고도 다 켜지 못하는 일이 생깁니다. 카드가 아무리 많아도 그 카드까지 전기를 제대로 보내지 못하면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데이터센터의 고민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전기가 열에너지로 바뀝니다

먼저 충전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 보겠습니다.

집 콘센트에는 220볼트짜리 전기가 들어옵니다. 그런데 휴대폰 배터리가 받는 전기는 5볼트 안팎입니다. 게다가 콘센트의 전기는 방향이 계속 바뀌는 교류이고, 배터리가 쓰는 것은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직류입니다. 충전기는 이 둘을 모두 바꿔 줍니다.

바꿀 때마다 전기의 일부가 열로 빠져나갑니다. 백을 넣으면 백이 나오지 않고 아흔 몇이 나옵니다. 나머지는 충전기 표면의 그 따뜻함입니다.

집에서는 이 손실이 눈에 띄지 않습니다. 충전기 한 개가 5와트를 쓰는데 그중 몇 퍼센트가 새는 정도라면 하루 종일 꽂아 둬도 요금표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데이터센터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서버 랙 한 대가 쓰는 전기

데이터센터 안에는 랙이라는 것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사람 키만 한 철제 선반이고, 여기에 얇고 넓적한 서버를 층층이 꽂습니다.

이 랙 한 대가 쓰는 전기가 이렇게 늘었습니다.

그림 1. 서버 랙 한 대가 쓰는 전기

지금 AI 서버 랙은 낮게 잡아 120킬로와트, 높은 것은 500킬로와트를 씁니다. 그리고 2020년대가 끝날 무렵에는 1메가와트, 그러니까 백만 와트짜리 랙이 나올 것으로 봅니다.

백만 와트는 천 와트짜리 전기 주전자 천 개를 동시에 켜 놓은 것과 같습니다. 그것이 철제 선반 한 대 안에서 벌어집니다.

그리고 이 전기가 서버에 곧장 꽂히는 것도 아닙니다. 건물로 들어온 전기를 랙까지 보내고, 랙 안에서 서버가 쓰는 전압까지 여러 번 낮춥니다. 충전기가 하는 일을 훨씬 큰 규모로 반복하는 셈입니다.

그림 2. 전기가 서버 칩까지 오는 길

그림처럼 전압을 낮추는 자리마다 열이 납니다. 충전기 하나에서는 몇 와트라 손끝에 느껴지는 정도이지만, 랙 한 대에서 몇 퍼센트만 새어도 수십 킬로와트가 열로 바뀝니다.

가정용 전기난로가 한 대에 천 와트에서 이천 와트쯤 됩니다. 즉 전기난로 수십 대를 선반 하나 안에 켜 둔 것과 같은 열이 나옵니다. 그리고 이 열은 그대로 두면 기계가 멈추니 반드시 식혀야 하고, 식히는 데 또 전기가 듭니다.

그래서 800볼트로 갑니다

여기서 해법이 나옵니다. 같은 양의 전기를 보낼 때 전압을 높이면 흐르는 전류가 작아집니다. 그리고 열은 주로 전류에서 나옵니다. 그래서 전압을 올리면 같은 전기를 보내면서 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엔비디아가 밀고 있는 것이 800볼트 직류 구조입니다. 랙까지 높은 전압으로 보내고, 서버 바로 앞에서 낮추는 방식입니다.

그러려면 800볼트를 서버가 쓰는 몇 볼트까지 안전하게 낮춰 주는 부품이 필요합니다. 이 부품을 전력반도체라고 부릅니다. 계산을 하는 반도체가 아니라 전기를 다루는 반도체입니다.

지금까지는 실리콘으로 만들었는데, 높은 전압과 높은 열을 견디기 어려워 다른 재료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실리콘카바이드와 질화갈륨입니다. 둘은 맡는 자리가 다릅니다.

높은 쪽이 실리콘카바이드입니다. 1,200볼트가 넘는 전압까지 감당해서, 건물에서 랙으로 오는 높은 전압을 받아 800볼트로 낮추는 자리에 씁니다.

낮은 쪽이 질화갈륨입니다. 650볼트 안팎이 주력이라 그보다 높은 전압은 다루지 못합니다. 대신 랙 안에서 서버 기판을 거쳐 칩이 쓰는 1볼트 안팎까지 마지막으로 낮추는 자리를 맡습니다.

돈의 흐름

업계의 투자를 관찰해보면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그 흐름을 알 수 있습니다.

최대 전력반도체 회사인 인피니언은 지난 2월 연간 투자 계획을 22억 유로에서 27억 유로로 늘렸습니다. 우리 돈으로 3조 6천억 원에서 4조 4천억 원입니다. 늘린 5억 유로는 전부 AI 데이터센터용 생산 능력에 들어갑니다.

온세미는 올해 2분기에 생산 능력을 주력이던 자동차와 산업용보다 AI 데이터센터 고객에게 먼저 배정했습니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올해 2월 아마존웹서비스와 다년 계약을 맺었습니다. 아마존이 짓는 클라우드와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갈 반도체를 공급하는 계약이고, 전력을 다루는 칩뿐 아니라 통신용 칩과 제어용 칩까지 함께 넣습니다. 규모는 수십억 달러입니다.

눈에 띄는 것은 계약에 딸린 조건입니다. ST는 아마존이 앞으로 7년 동안 ST 주식 약 2,480만 주를 정해 둔 값에 살 수 있는 권리를 함께 주었습니다. 부품을 사는 쪽이 파는 회사의 주주가 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물건만 주고받는 관계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간 형태입니다.

시장 전망도 같은 방향입니다.

그림 3. AI 데이터센터용 전력반도체 시장

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는 AI 데이터센터용 전력반도체 시장이 올해 50억 달러에서 2031년 143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봤습니다. 해마다 24.6%씩, 5년 만에 약 세 배입니다.

한국은 어디즈음에 있을까

여기서 한국의 포지션을 보겠습니다.

메모리 반도체는 세계에 세 회사뿐이고 그중 둘이 한국 회사입니다. 그런데 전력반도체는 사정이 다릅니다.

인피니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텍사스인스트루먼츠, 그리고 중국의 이노사이언스는 이미 1~2년 전부터 질화갈륨 반도체를 팔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2023년에 발광다이오드 사업부를 개편해 화합물 반도체 전담 조직을 만들었습니다. 용인 기흥에 웨이퍼 기준 월 1,300~1,500장 규모의 8인치 질화갈륨 전용 라인도 지었습니다. 2025년에 가동할 계획이었는데 시장이 예상보다 부진해 2026년 말로 미뤘습니다.

그러던 지난 7월 말, 디일렉이 이 라인에서 나온 문제를 전했습니다. 삼성전자가 시험 삼아 만들어 본 칩 가운데 일부가, 100도에서 200도 사이의 온도에 1,000시간쯤 놓아 두자 작동을 멈췄다는 것입니다.

삼성전자가 통과하지 못한 시험이 고온 시험이었습니다.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로 이 열입니다.

질화갈륨 반도체는 애초에 뜨거운 자리에 쓰라고 만든 부품입니다. 200도가 넘는 환경에서도 멀쩡히 돌아가야 값을 합니다. 그 온도를 못 버티면 아무리 값이 싸도 쓸 수가 없습니다. 삼성전자는 원인을 파악하는 중이고, 회사 관계자는 양산 전 개발 단계에서 나타난 문제라 불량이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같은 반도체라고 다 같은 반도체가 아닙니다.

메모리는 작게, 빽빽하게, 빠르게 하는게 핵심입니다. 전력반도체는 뜨겁고 높은 전압을 오래 견디는 것이 핵심입니다. 잘하는 것이 다릅니다. 한쪽에서 세계 최고여도 다른 쪽에서 꼴지일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전력반도체 위탁생산 회사인 DB하이텍이 앞으로 5년간 약 2조 원을 들여 고전압 전력반도체 생산 능력을 늘리고 실리콘카바이드와 질화갈륨 사업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럼 무엇을 보면 될까

AI 이야기에서 늘 주인공은 그래픽카드입니다. 몇 장을 확보했는지, 언제 받는지가 뉴스가 됩니다.

그런데 그 카드에 전기를 넣어 주는 부품 쪽에서 지금 자리다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카드를 아무리 많이 사 놓아도 랙까지 전기를 손실 없이 보내지 못하면 다 켤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확인할 것은 삼성전자의 질화갈륨 라인이 실제로 언제 돌기 시작하는가입니다. 2026년 말이라고 했다가 미뤄진 그 일정이 다시 지켜지는지를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오늘 저녁 휴대폰을 꽂아 두고 충전기가 따뜻해지면, 그 따뜻함이 사라진 전기라는 것을 한 번 떠올려 보셔도 좋겠습니다. 데이터센터에서는 같은 일이 건물 단위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참고문헌

  • 전자신문, 「AI 데이터센터, 전력반도체 업계 '새 먹거리' 급부상」, 2026.8.9 — 인피니언 투자 22억→27억 유로, 온세미 생산능력 우선 배정, ST-AWS 계약, DB하이텍 5년 2조 원, 테크인사이츠 시장 전망 50억→143억 달러(연 24.6%)
  • 디일렉, 「삼성 GaN 파운드리 양산 또 해 넘기나…시험생산서 '불량' 확인」, 2026.7.31 — 용인 기흥 월 1,300~1,500장 규모 8인치 GaN 라인, 시험생산 칩 일부 100~200℃ 1,000시간 노출 시 작동 정지, 2023년 CSS 사업부 발족, 2025년 가동 계획을 2026년 말로 연기
  • STMicroelectronics 뉴스룸 및 관련 보도, 2026.2.9 — AWS와 다년·수십억 달러 규모 협력 확대. 고대역폭 연결, 혼합신호, 마이크로컨트롤러, 아날로그·전력 IC 공급. AWS에 7년간 약 2,480만 주 매입 권리(워런트) 부여
  • 텍사스인스트루먼츠, 「800VDC 아키텍처로 데이터 센터 전력 공급의 과제 해결」 기술자료 — AI 서버 랙 전력 120kW~500kW, 2020년대 말 1MW 전망
  • Power Electronics News · Avnet Silica · PatSnap 등 업계 기술자료 — SiC는 650V~1,700V 이상, GaN은 80V~650V 대역이 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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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 표기: AI7LAYER, 「충전기가 뜨거워지는 이유가 지금 데이터센터의 숙제입니다」, 2026.9.8, ai7lay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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